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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은 지금 삭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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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수필] 지적장애우 생활시설,
 
신부님은 지금 삭발중

경제풍월 2012.11.23 13:37:34

[2012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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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우 생활시설

신부님은 지금 삭발중

가평군 사회복지시설을 찾아보니…


  

글/최수권(연세디지털미디어 대표, 수필가)

 

 

1# “집에 가고 싶어 하는 친구…”

만나기만 하면 “나 0월 0일에 집에 가요”라고 묻는 친구가 있습니다. 하루에도 수십번을 얼굴만 마주치면 묻습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그렇게 똑같은 질문을 하곤 합니다. 처음에는 답변을 친절히 해 주었는데, 시도 때도 없이 반복되는 질문에 짜증이 나, 이제는 살갑게 대답해줄 수가 없게 됐습니다.

이 친구의 물음은 언제쯤에 그칠까요‧

다시 묻지 않게 할 좋은 방법은 없을까요‧

 

2# “엄마가 섬 그늘에…”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이는 혼자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들려주는 자장 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륵 잠이 듭니다.

애니메이션을 보는 중에 엄마를 그리워하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친구들이 하나 둘 따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발음은 정확하지 않지만 음을 따라 부르는 친구들…, 아마도 친구들의 마음속에도 엄마를 그리워 하는 마음이 있었지 않을까요….

 

3# “키가 큰 멋있는 친구”

환경 마을에 키가 큰 멋있는 친구가 있습니다. 항상 주변을 살피다 책이나 컵을 제자리(‧)에 갖다 놓고…

몸이 불편한 친구를 위해 잠바와 헤드기어를 챙기고, 혹시 선생님이 불편할까 미리 전등을 켜고, 문이 열려있으면 꼭꼭 잘 닫고…, 오늘도 문이 열려있으면 꼭꼭 잘 닫고…, 오늘도 손을 내밀며 반갑다고 인사 합니다. 환경 마을의 막내지만 의젓하고 듬직한 친구입니다.

머리에 헤드기어를 쓰고 부축 받으며 씩씩하게 걸어 다니고, 예민한 성격 탓에 작은 소리에도 반응해 주위를 소란스럽게 하지만, 인사성만은 환경 마을에 최고랍니다. 오늘 실습쌤이 오시니 큰소리로 인사하며, 반깁니다.

“ 아 ㄴ~녀ㅇ~ㅎ~ㅏ~ㅅ ㅔ~ㅇ ㅕ~ㅇ ”

 

4# “미운 일곱 살…”

미운 일곱 살이라고 했던가요‧ 여기에 스물을 더한 나이…, 앉아 있으라면 조금 있다가 일어서고, 누워 있으라면 금방 앉아 있고, 서있으라면 걸어가고, 헤드기어 쓰고 있으라면 조금 후 벗어버리고, 조용히 있으라면 떠들고 소리치고, 하지 말라고 제지하는 저도 미안 합니다. 그러나 안전을 위해선 어쩔 수 없습니다. 미운 일곱 살 빨리 지나가면 좋겠습니다.

 

이쯤에선 눈치 빠른 독자들은 알아차렸겠지만, 지적장애우들의 생활시설소의 이야기이다. 위 글은 성 빈센트 환경 마을 홈페이지에 게시된 글이다 (글쓴이 / 포엘)

이곳은 경기 가평군 하면에 위치하고 있고, 2005년 지적장애우 생활 복지시설로 설립된 사회복지법인(서울 가톨릭 사회복지회)이다.

흔히들 종교 단체가 관여한 복지시설들의 재정상태가 좋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현실을 그렇지 않다.

11월 어느 주일, 미사를 주관하는 환경마을 신부님(시설장, 장춘호 요한)의 강론을 듣고, 이 시대의 풍요속에서도, 외면당하고 소외된 지적장애우들의 삶에 눈시울이 적셔왔다.

이 시대의 화두는 복지다. 무상복지, 영육아 보육수당, 무상급식, 반값 등록금 등, 18대 대선 후보들의 공약의 절반은 무상시리즈 복지다. 대선후보들의 공약대로라면 국가 재정이 파탄날 것이라고 걱정한 전문가들이 많다.

 

점심 한끼마저 이곳저곳서 구걸

 

박근혜 후보는 5년간 75조 3000억원, 문재인 후보는 같은기간 164조 700억원의 복지공약이다. 그러나 재원방안을 보면, 박 후보는 40조원, 문 후보는 122조 5000억원이 빈다고 한다. 안철수 후보 공약도 다를 게 없다. 이렇듯 표가 되는 계층에 무상복지의 공약은 달콤한 유혹이고, 민심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전략이다. 국가재정만 가능하다면 말이다. 현재 복지예산도, 적은 예산은 아니다. 그 예산이 합당하게 쓰여지고, 우선순위가 어디서 부터인지를 헤아려야 한다.

일반가정에서, 점심한끼 무상제공 한다고해서 그것이 크게 도움되지 않는다. 한켠에선 한끼 점심값에 힘겨워하는 이웃들이 있다. 그들이 소수라하여, 표가 되지 않는다고 지나쳐선 안된다. 이는 용서받지 못할 비겁함이다.

환경마을엔 17명의 기초수급자 지적 장애우가, 자체 프로그램에 의해 재활, 또는 돌봄을 받고 있다. 이를 돌보는 사회복지사는 9명이고, 근무환경이 열악하다. 노동법이 정한 8시간 근무는 생각할 수도 없다. 복지사의 임금수준은 일반 공무원의 70%선이다. 그들에게 신앙의 이름으로 봉사를 강요하고 있는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시설운용비 거의 전액을 시설장인 장요한 신부님이 마련하고 있다.

가평군청의 사회복지민원센터(서재균)에 물었다. “시설과 수용인원에 별도의 예산을 지원 하느냐” 장애 수당으로 몇 사람은 지불한다는 답변이었다.

그러나 시설과, 법인에 지원할 수 있는 예산은 없다고 한다. 현재 정부가(지자체) 장애우에게 지원하는 지원금은 등급에 따라 월 3만원부터 15만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등록금 때문에 대학 진학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못가진자의 한이라고 하지만, 삶이 무엇인지도, 인지할 수도 없는 지적 장애우가 방치되고 있는 현실을 나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먹먹해온다.

장애는 본인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다. 어느 누구도 장애, 지적 장애의 극한의 삶에 자유로울 수 없다. 그들을 보살피고 지원하는 것은 한 시대를 동행하는 사람들, 우리들의 의무이기도 하다. 장요한 신부님은 운영비(직원 임금포함)를 이곳저곳에서 구걸해 충당하고 있다. 그래서 신자들은 앵벌이 신부라고 호칭한다.

 

장요한 신부님은 지금 삭발중

 

이런 열악한 상태는 2005년부터 바뀐 사회복지 관련법이 문제다. 중앙정부에서 예산을 집행하던 것을 각 지자체로 이관하여 집행하도록 해서, 발생된 것이다. 가평군에는 복지시설이 많아 예산배정이 어렵다 한다. 그렇게 표가 되지 않는 버려진 장애우들이 얼마나 많을까‧

관계 부처는 그 통계나, 현실을 파악하고 보고하고 입안해 정책에 반영하는지 궁금하다.

자신이 무엇인지 조차도 인지할 수 없는 지적 장애우들은 자신의 의사조차도 표현할 능력이 없다. 그러기에 외면당하고,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축복이라지만 이들은 정물인간들이다. 사고나 육신이 정지된 지적장애우말이다. 이들을 돌보는 것은 당연히 정부의 몫이며, 종교단체가 지원해야 순리다.

장요한 신부님은 삭발중이다. 정부가 앞서는 날까지 그렇게 라도, 자신을 다스려야 할지 모를 일이다.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만도 하느님의 축복이다.

혹한의 계절,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떠올려 보는 것만으로도 벌써 세상에 온기를 전하는 일일지 모른다.

성 빈센트 환경마을의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십시오. (전화 031-585-9066~7) 경제풍월